한우농장 (전북 김제시 금산면 / 대표 안경원)
주위를 한번 휘~ 둘러보기만 해도 모든 곳에서 충만한 기운이 느껴진다. 여름의 수고로움을 겪은 후, 자연이 이제 그 품에 가득함을 채우는 계절이 온 것이다. 안경원씨는 사료를 새로 입고하고, 창고 가득히 차있는 사료를 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어느 부자를 부러워 할 바가 아니다.
1개월 후면 창고가 비는데도 지금 창고 가득히 차 있는 사료만 보면 마음이 풍성해진다. 아마도 모든 양축가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지나가다가 볏가리를 보고 편안함을 느끼고, 볏짚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하는 순박한 양축가의 마음 -
농촌은 항상 우리 마음의 고향이다. 서울에서 세 시간을 달려 고향집의 아버지 같은 낙농인, 안경원씨의 농장을 찾아 전북 김제시 금산면에 도착했다. 예로부터 ‘금이 많이 난다’하여 ‘금산’이라 이름했다는 유래를 지니고 있고, 한일사료 전주하치장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이 조금 못되어 안경원씨 농장을 찾았다. 금보다 더 환히 빛나는 금잔화와 햇볕을 받아 탈 듯이 빠알간 고추가 농가의 가을 정취를 물씬 풍겨주었다. 농장을 들어설 때 안경원 사장은 마침 소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었다. 바로 그 날 정읍에서 송아지를 들여왔는데, 낯선 광경에 엄마를 찾는 지 송아지 한 마리가 뒤로 물러서서 사료도 먹지 않은 채 계속 울어댔다.
400여평의 대지에 세워진 2동의 우사는 크고 널찍해서 무엇보다도 통풍이 잘 되도록 지어졌다.
탁 트인 주변 경관처럼 시원하고 큰 우사는 첫 눈에도 청결해서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금방 신축한 것 같았다. 한우비육을 한 지 20년이 넘은 안경원씨는 말 그대로 축산 베테랑이다. 처음에는 건축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한우사육을 했다고 한다. 한번 손에 익힌 기술은 그대로 남아 있어 지금도 한우와 농사를 병행해서 수도, 전기, 보일러 등을 돌보고 있는데 때때로 이웃의 일을 그냥 봐주기도 하는 인기 많은 동네의 기술자이다. 취재 당일도 그 전날 이웃 동네에서 지붕을 용접하다가 햇빛에 그을려 처음엔 사진 촬영을 하지 않겠노라 고집하셨다. 농사일과 기술 일을 같이 하며 돌보는 한우의 규모는 126마리. 보통 전업축산농가라 해도 30~50마리를 경영하는 농가가 보통인 것을 생각해 보면 작은 사업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겉으로는 무던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마치 눈에 보이는 듯하다.
안경원씨 농장의 견실한 운영은 사료를 들이면서 항상 현금거래를 하는 것으로 가장 잘 알 수 있다. 요즘처럼 비육업자들이 많고, 그에 비해 쇠고기 소비가 주춤할 때 안경원씨처럼 정확한 결제를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지역차장의 이야기이다. 안경원씨의 농장이 한일의 중요한 거래처임은 단지 사료를 많이 쓰고 제 때에 그 값을 지불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농장을 꾸려가는 경영력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우사 뒤편으로 부인 임성녀씨가 기르는 개가 30여 마리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농장을 지키는 수호군단인 양 으르렁거린다. 이번 기회로 지역차장과의 상담을 통해 인삼 성분과 영지버섯 성분을 보강한 EP 형태의 ‘톱 초이스 애견사료’를 쓰게 되었다. 안경원 사장의 사양관리에서 특별한 것은 없다. 조사료는 볏짚으로 쓰고 있고, 가을철이라 송아지의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주사를 놓는다.
한우 사육이 타 축종보다 수월하다 해도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터, 오랜 경험을 지닌 사육가는 사양 지침을 세밀히 좇아가기보다는 계절의 리듬에 따라 관리하고 또 개체마다 들여다본다.
어려운 점은 유통이다. “팔아먹어야 하는데~” 판로가 없다. 김제 우시장에서 정부 수매를 통해 출하하는데 마진이 거의 없는 가격이다. 그것도 정부가 발표한 ‘한우산업 발전종합대책’에 따라 목표가격에 맞춰 매년 하향 조정될 방침이다. 수입 소고기와 경쟁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모색, 진척이 되고 있지만 일선에서 안사장이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도 전라도에 도축장이 생겨서 유통 판로를 여러 군데로 구축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한우 비육 사업을 이어갈 안경원씨는 소규모 한우농가가 줄고 점차 대규모화하여 한우시장이 안정되길 바란다.
취재가 끝나고 농장에 같이 있는 안경원씨댁 안으로 들어가서 햇옥수수와 음료수를 대접받았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전주에서 모두 공부를 하고 있다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는데 용돈만 받으면 가버려요.”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안경원씨가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요즘의 젊은 아버지들처럼 ‘누구야 사랑한다’가 아니라 말없이 그저 자식을 믿는 사랑을…
도로, 시멘트, 철강산업이 다른 모든 산업의 기초이듯, 한우에는 우리 민족의 얼이 스며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굵고 투박한 모습 속에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농축산 물이 개방된 시점에서 한우시장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우선적인 과제는 한우산업의 경쟁력일 것 이다.
하지만 무역의 국경이 사라지는 시대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첨단의 무기가 있다면 우리 몸 가장 가까운 이 땅에서 난 먹거리를 아낄 줄 아는 마음과 정신의 자세가 아닐까.